[11월 2주차] 디지털 치료제(DTx), 국내는?
11월 2주차이자, 처음으로 기록할 이슈는 '디지털 치료제'이다. 아무래도 스마트 헬스케어가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에 관련 주제로 선정하게 되었다.
들어가기 전, 함께 보면 좋을 영상.
정말 좋은 강의를 해주셨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 깔끔하고 깊이 있게 알려주신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다른 분야에 비해 보수적이던 의료계에도 새 바람이 불면서 디지털 헬스가 활성화 됨에 따라
1) 하드웨어(웨어러블)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2) 수집된 데이터를 디지털 분석(머신러닝)을 하여
3) 3) 정제된 데이터를 가지고 환자에게 맞춤형 의료를 제공(디지털 중재)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는 3번의 디지털 중재에 해당되며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 관리 ·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기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정의된다.(국제 비영리 단체 디지털 치료제 협회, 2018)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디지털 의료기기를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 관리 ·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로 정의했다.
* SaMD : Software as a Medical Device
보이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디지털 치료제라는 용어 대신 '의료기기'를 강조하여 '디지털 치료기기'라고 한 것이 특이점이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제는 허가 · 승인 절차 등 개발과정과 환자의 질병을 예방 · 관리 · 치료한다는 목적 상 치료제와 유사하기 때문에 통용되는 용어이나 기술적으로는 의료기기에 해당해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치료기기 대상 여부 판단 기준 및 절차(식약처, 2020)
위의 식약처의 디지털 치료제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을 보면,
1)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인가? (범용 기기에 설치해서 구동)
2) 질병을 예방, 관리 또는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환자에게 적용되는가?
3) 치료 작용 기전 과학적(임상적) 근거가 있는가?
이 3가지 질문의 답이 'Yes' 면 디지털치료기기에 해당이 된다.
이를 보아 확실히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의 웰니스 산업과는 차별화되어 '치료용' 소프트웨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치매 예방, 만성 불면증 치료, 우울증 치료, 당뇨환자 관리 등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런저런 규제들로 세계가 주목하고 시장이 기대하는 것에 비해 상용화가 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규제뿐만 아니라 불분명한 BM, 즉 수가의 문제도 있으니,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료제가 생착하기에는 아무래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 발전은 계속될 것이다. 세계 흐름이 그렇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의 증가와 기존 치료제의 높은 의료비용으로 인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급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Statista(2020)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2016년에서 2025년까지 16.7억 불에서 89.4억 불 규모로 증가할 것을 예상했다. 미국에서는 2017년 2월 비영리 단체인 Digital Therapeutics Alliance(DTA) 결성하여 디지털 치료제를 기존 의료체계로 통합하고 관련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치료제의 정의와 산업표준의 요건, 제품 분류, 장점 및 전망 등을 담은 안내서를 발간하고 디지털 치료제 제품들이 준수해야 하는 모범 사례와 핵심 원칙을 확립해 나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는 현재까지 허가받은 제품은 없으나, 해외에서는 다양한 질병 영역에서 기업들이 보건당국과 협력하여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한 여러 디지털 치료제가 개발되었다고 알려졌다. 규제 체계 마련과 허가 · 승인 실적 등은 미국에 비해 다소 뒤처졌으나, 높은 ICT 기술과 그 간 축적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 시작 단계인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국내도 R&D 투자 등 정책적 지원을 확대한다고 한다.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관계 부처 합동, '20.7)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비대면화가 확산될 것으로 예측하고, 스마트 의료 등 비대면 산업 육성 계획을 제시하였다. 이를 보면 코로나19가 정말 큰일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원격 의료도, 이런 디지털 치료제도, 스마트 병원도 영화에나 나올 법 했던 것들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 사례 중 안정화 단계에 있는 건 천식과 만성폐쇄성 폐 질환. 꽃가루나 미세먼지, 온도, 습도 등을 통해 특정 지역의 천식이나 COPD가 악화될 거라는 예측이 되면 환자가 갖고 있는 알레르기의 특성과 휴대용 폐활량 측정기의 결과값을 바탕으로 스테로이드 흡입제를 정량화 시켜준다고 한다. 또 다른 건 IBD(inflammatory bowel disease).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환자들의 식습관 개선 또는 신장병 환자들의 자기관리 및 식단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의외의 포인트는, 당뇨는 없다고 한다. 이미 웰니스 시대에 디지털 치료제 정도의 product가 나와 있어서 이를 표방하고 스타트업으로 이야기하는 곳은 없다. 치매의 경우 (교수님의 사견으로는) 디지털 치료제 사용자는 개인의 니즈, 헬스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가 가능한 사람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이 바운더리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조금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도 지난 2021 K-HOSPITAL FAIR에서 치매 진단 및 인지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한 회사가 생각났다. 디지털 치료제는 아닌 (비대면)서비스였지만 치매 선별 검사 / 예방 / 재활을 목적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으니 더 발전시켜 치료제로서의 효용성이 인정이 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일단 현재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제 가이드라인에 맞춰 확증 임상 단계를 밟고 있는 회사는 뉴냅스, 라이프시맨틱스, 에임메드, 웰트 4곳으로 입상 단계로만 보면 내년 초 이 네 곳 중에 첫 디지털 치료제가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나오게 되더라도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신재용 교수님은 디지털 치료제가 지향해야 할 점은 '환자의 건강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라고 하셨다. 환자가 외래 방문을 해야 소통할 수 있었던, 정적인 소통 구조와 달리 앱을 사용하고 스스로 훈련함으로써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고 그에 대해 소통해서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셨다.
독일이 이를 아주 잘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선 출시, 후 평가 혹은 선 급여, 후 탈락 시스템이 정착됐고 환자의 삶의 질을 우선하는 것. 환자의 삶의 질 지표를 넣어 이를 개선시킨다면 합리적 의료 이익으로 인정해 주었다. 또한 자가부담금을 없애서 국민들에게 일단 한 번 써보도록 상용화에 힘을 썼다는 점 등이 우리가 롤모델로 삼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비용 효과성 / 효율성이 낮고,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아직 우리나라는 EMR이 통합되어 있지도 않고, EMR과 PHR을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도 없다. 디지털 치료제가 나온다면 그 소프트웨어에 기록된 나의 생체 및 의료 정보가 어떻게 EMR로 들어갈 수 있는지, 그런 부분도 준비해야 한다. 이제 데이터들은 차고 넘친다. 이 방대한 데이터들을 '어떻게' 정제하고 활용하는가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내게 디지털 치료제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이해관계자가 많이 얽혀있는 만큼 합의점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고 거대 플랫폼이 뛰어들어 독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으며 유튜브가 잘 되어 있기에 컨텐츠의 차별화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지만.. '환자 중심' 진료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일이니 발전 가능성도 많고 가치 있는 산업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