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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독서] 달과 6펜스

hmilkyway 2022. 3. 3. 09:55

 

1월은 어쩌다 보니 두 번째 책,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이다. 우리 모임에서 첫 문학책을..!! 문학을 하게 되면 어떤 걸 하게 되려나 했는데, 이 책이 그 주인공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초반에는 별 재미를 못 느끼다가, 중반 지나서면서 완전히 몰입해서 보게 됐다. 간결한 문체와 극단적인 캐릭터가 몰입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저렇게까지 해야 해?' 싶은 사건들도, 각자의 입장에서 잘 설명해준다.

 

 

 

여기 나오는 주인공인 찰스 스트릭랜드는 폴 고갱을 오마주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고갱보다도 더 인간적이라는 말이 있다. 책에서 나오는 스트릭랜드는 자신의 집을 가득 채운 그림을 모두 태워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고갱은 자살 시도 직전 폭이 4미터에 달하는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의 거대한 그림을 남겼다. 둘은 자신이 추구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고, 그 열정을 따라가는 삶을 선택했다. 그 대가가 가난과 어려움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감내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했다는 점이 가장 유사했다고 본다.

 

 

제목인 달과 6펜스. 이 의미는 사실 책을 끝까지 다 읽어도 명확하게 말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책 뒷 부분 해설에서 보면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절대 우리의 힘만으로 닿을 수 없는 달. 그런 달이 실현시키기 어려운 이상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면, 당시 영국의 가장 작은 화폐 단위였던 6펜스는 현실과 세속적인 것들, 안정적인 삶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달을 좇고 있는가 6펜스를 좇고 있는가?

 

 
 

 

책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었다.

흔히 이상적인 삶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다 떠올리는 좋은 집, 좋은 직장 등을 가진)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 그게 깨졌다고 하기도 하고

남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가, 혹은 나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 중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또 코너 속의 코너처럼 [살아있을 때 인정받는 것 VS. 죽어있을 때 인정받는 것?] 질문에서 꽤나 진지하게 다들 대답하기도 하였다.

읽으면서 너무 여자 캐릭터를 스트릭랜드가 무시하고, 혐오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야기를 하길래 서머싯 몸이 여혐작가였나..? 싶을 정도로 불쾌감이 드는 구절들이 좀 있었으나, 이건 아무래도 그 때의 시대상이 반영되어 그렇게 쓰지 않았나 싶다. 해설자는 이에 대해 저자가 소설에서 남성 중심 사회의 유형화된 여성상을 혐오한 것이고, 남성 중심주의를 무반성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여성에 대한 냉소, 남성이 가진 여성 혐오증에 대한 객관적 묘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얘기를 하다 보니 알게된 사실. 작가가 게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작 중 화자인 '나'가 스트릭랜드에게 정 털릴만한 일들을 겪으면서도 그를 못 밀어내는 게 사랑 아닌 사랑 아니었나.. 이런 얘기도 했다. (당시에는 동성애가 문학에 적나라하게 표현되지 못했음)

개인적으로 나는 스트릭랜드가 정말 자신의 이상에 닿았다고 본다. 그러니까 그 모든 생활고, 그로 인한 병들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한테 가장 입체적이고 매력적이었던 캐릭터는 스트릭랜드의 제일 첫 부인이었던 에이미인데, 스트릭랜드가 그녀를 떠났을 직후에 보여준 행동과 마지막에 스트릭랜드가 사후에 유명해졌을 때의 태도가 확연히 다른게 포인트였다. 그런 차이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음.

독서모임 가지면서 작품에 대한 이해도도 훨씬 깊어졌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자의 꿈과 현실에 대한 것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